갈 때까지 간 패잔병들의 마지막 한탕, 프로젝트명 ‘신 왕오천축국전’ 주인공들의 이름은 신라때 고승 혜초가 727년에 4년 동안 천축(인도)을 기행한 후 쓴 「왕오천축국전」에서 따왔다. 나이 칠십을 바라보는 왕오, 천축, 국전 세 노인은 젊은 시절 도박, 사기, 절도, 밀수 등 각종 범죄로 한가닥했던 전과범들. 이들은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만난 여자로부터 신라 때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절터 얘기를 들으면서 인생의 마지막 희망을 도굴에 건다. 이들의 도굴을 뒤에서 조종하는 여자는 신혜초, 나이순으로 신왕오, 신천축, 신국전이라고 창씨개명까지 한 이들은 ‘신왕오천국국전(新往五天竺國傳)’이라 사업명을 정하고, 돈황산 아래 돈황굴을 파며 오로지 보물을 발견하겠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. 세 노인은 산꼭대기를 향해 굴을 파면서 매일같이 일확천금이 나오기를 꿈꾼다. 삼 년이란 시간 동안 이들은 회의에 빠지기도 하고 부자가 된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. 서로 부딪치고 화합하면서도 하루하루 한 웅큼의 흙을 파들어 가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적으로 다지고 있다. 마치 백일홍이 피었다 지고 피고지고 피고지고 하는 인생의 의미를 간직한 채….